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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생활 (3) - 미국의 교통 문화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9-01-20 21:48
조회수
6,203

미국의 교통 문화

 

제가 포닥때 미시간 주 앤아버에 1년 살면서 느낀 것이나 여기와서 살면서 느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만 미국은 교통 문화에 있어서 선진국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와 몇가지 다른 점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아래 내용들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것이며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주마다 동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내용대로 운전하다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음을 먼저 알립니다)

 

1) STOP 표지판

한국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는 표지판이고 그 의미도 매우 간단하게 일단 정지입니다.

그러나 아주 큰 차이점은 한국은 지키지 않고 (지키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뒤 차가 이를 예상 못하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미국은 철저하게 지킨다는 사실입니다.

이 간단한 차이가 전체 교통 문화에 매우 큰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는 한국 사람들이 이 표지판을 잘 지키지 않아서 사고가 나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미국에서 STOP 표지판은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정말로 그렇습니다. 신호등이 해야하는 일을 이 표지판이 많은 부분 해결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작은 골목길에서 큰 대로에 들어서는 곳에 STOP 표지판이 있는 경우 반드시 서서 대로의 교통을 살핀 후 대로의 교통에 영향을 주지 않을 때 진입하게 됩니다.

중소 골목길 내에서 교차로 (삼거리 혹은 사거리) STOP 표지판이 있는 경우 먼저 STOP 라인에 도착한 차가 한 대 지나가면 그 차보다 늦게 STOP 라인에 도착한 차가 한 대 지나가고, 이런식으로 번갈아 가며 1대씩 지나가게 됩니다. 만일, 동시에 도착한 경우는 눈치껏 지나가게 되며 원래는 자신보다 오른쪽에 있는 차가 먼저 지나가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차들이 양보를 잘 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들이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되도록 앞 차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야 자기 앞에서 끊기지 않고 건너갈 수 있으며 어떻게든 자기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끼여들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되면 자칫 교차로 내에 차가 막히게 되어 다른 쪽 차량들이 지나가는 것 역시 막히게 되어 병목현상이나 모든 차로의 차가 옴싹달싹 못하는 결과도 초래하기 일쑤이죠.

 

미국의 경우, 본인의 차가 있는 라인에 아무리 많은 차가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교차로의 다른 방향에서 새로 차가 와서 정지 라인에 서게 되면 그 차의 순서가 곧 와서 그 차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왜 저 차는 나보다 늦게 교차로에 도착해서 먼저 가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기서는 그 차는 나와 다른 방향에서 온, 나와는 상관 없는 차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내 앞 차가 지나간 후에 지나가면 그만이다 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되면 아무리 길게 줄을 서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조금씩은 진행이 됩니다. 계속해서 1대씩은 빠져나가게 되니 말이죠.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딱 한번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편도 4차선, 왕복 8차선인 도로의 큰 교차로의 신호등이 고장난 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즉시 그 교차로는 저절로 사람들이 All WAY STOP 표지판이 있는 교차로처럼 생각해서 행동을 하더군요. 한 쪽 방향의 교차로 정지선에 서있는 차량들 한 열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나면 그 다음 방향의 정지선에 서 있는 차량들이 한 열 가고,

그 광경을 목격해 본 한국 사람들이라면 단숨에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멈춤없이 계속해서 천천히 나마 교차로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되더군요. 한국같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국도 교통문화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하나씩이요. 한참 되었지만 교차로 앞 정지선을 지키는 일도 시작되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TOP 싸인을 지키는 조그만 일 하나가 교통 문화 전체를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주 가끔씩 STOP 싸인을 안 지키는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 때는 여기 사람들도 막 뭐라고 하더군요. 자기도 남의 순서를 지켜주듯이 남도 자기 순서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주 큰 것 같습니다.

 

2) 응급차

여기는 앰뷸런스, 경찰차, 소방차 등 응급차가 경광등을 켜고 요란한 소리를 내고 달려오면 갑자기 차들이 홍해 갈라지듯이 길가로 차를 대고 세웁니다. 교차로도 텅 비우게 되고요. 부루스 윌리스가 다이하드에서 이를 이용해 앰뷸란스를 부르고 그 뒤를 따라가던 장면을 떠올리면 될 것입니다.

만일 우물쭈물 잘 안 비키고 계속 달리다가는 티켓을 발부받는 다고 하네요. , 정말 authority가 있는 응급차만 이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례식 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켜준다고 하네요.

 

3) 비보호 좌회전, 중앙선, 유턴, 우회전 등

한국과 다르게 여기서는 중앙선(노란선)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부분의 차들이 중앙선이 엄연히 그려져 있는데도 버젓이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다가 (자기 차선의 뒤 차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반대편에 차가 안 오면 좌회전을 합니다.

 

정말 넘어가면 안되는 중앙선은 차선으로만 그려져 있지 않고 중앙 분리대가 있습니다. 나무로 된 것도 있고 약간 높은 둔턱을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고 아예 반대편 차선이 안 보이게 확실하게 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넘어갈 수 있으면 좌회전 하면 되고, 넘어갈 수 없으면 안넘어가면 됩니다. 매우 씸플합니다. , 이런 좌회전은 비보호 좌회전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 미국은 땅이 넓어서 도로에도 여유가 있습니다. 왕복 5차선과 같이 가운데 1차선을 좌회전 차선으로 활용해서 늘 직진차들이 막히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죠. 부러운 점 중 하나입니다.

 

가끔 교차로 신호등에 좌회전 화살표가 없는 신호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도 비보호 좌회전으로, 직진 신호시 반대편 차가 없으면 좌회전 해도 됩니다.

 

그런데, 만일 직진 신호 기간 동안 계속해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떻게 할까요? 그럴 경우,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일단 교차로 내로 차량을 진입합니다.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면 반대편 직진 차량이 멈출 터이고 그 때 한두대 정도는 좌회전 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은 무조건 교차로 내의 차량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끔씩 좌회전 화살표가 없는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 “Yield on Green” 이란 표시가 있는 곳이 있는데 비보호 좌회전의 표시로 반대편 차량의 직진이 끝나면 좌회전 하라는 것입니다. 가끔 초록불로 직진 신호가 떴는데도 반대편에서 차들이 이상하게 안 오는 경우가 있읍니다. 이 때는 일정시간 반대편 신호는 빨간불인 곳입니다. 살펴서 먼저 좌회전을 하면 됩니다.

 

유턴의 경우 유턴을 하면 안 되는 곳에는 꼭 유턴 금지 표지판이 있습니다. 그 외의 경우에는 좌회전 신호시에 알아서 유턴을 하면 됩니다. 따라서, 오히려 우회전 하려는 차량들은 자기가 진입하고자 하는 도로의 반대편에서 유턴하는 차가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우회전하는 경우 직진신호일 때는 상관없이 보행자만 잘 보면서 우회전 하면 됩니다만, 정지신호에서 우회전 할 때에는 다음의 두가지를 꼭 살펴야 합니다.

하나는, “No Turn On Red” 라는 표시가 있는지 입니다. 이 때는 빨간불일 경우 우회전 하면 안 됩니다. 미국은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고 알아듣고 하지 않으면 됩니다. 왜 안된다고 했는지 다 이유를 알게 됩니다. 그 외에는 잘 살펴서 하면 되고요.

두번째, 그 외의 경우에 빨간불에서 우회전 하는 경우 마치 ‘STOP’ 처럼 생각하면 됩니다. 한 대씩 정지선에 서서 좌우를 살핀 후 우회전 하면 됩니다. STOP 처럼 행동해야 하니 앞 차를 그대로 따라가면 안 되는 거죠.

 

4) adaptive 신호등 (차량 감응형 신호등)

미국이 다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동네는 신호등이 차량 감응형입니다. 따라서, 교차로에 차가 어디 있는지

어디서 달려오고 있는지 등을 센서가 감지해서 적절하게 신호들을 켜 주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운전자의 노고를 덜어주는 지는 오직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여기서 운전하는 것은 힘이 하나도 들지 않고 열 받는 일도 하나도 없으며 너무나 쾌적하고 편안하다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보행인에게 항상 양보하고 행여 보행인이 위협을 느낄까봐 보행인이 교차로를 건널 때면 정지선의 멀찌감치에서 서는 자동차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많은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여유가 더 많아서?

 

제가 200811월에 잠깐 한국에 들어갔을 때 한 30분 걸어서 학교를 다녔더랬는데 그 때 저는 한국에서 도로 근처를 걷고, 도로를 건너고 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보행자 신호가 켜진 건널목을 건너는 데도 말이죠. 여기서는 6개월간 전혀 그런 걸 못 느끼다가 갑자기 한국에 가니 느껴지더군요.

 

5) 운전면허 시험

저는 19999월에 포닥으로 미시간 대학교에 왔을 때 그곳에서 면허시험을 보았습니다. 한국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져오긴 했지만 여기서는 면허증이 신분증역할도 하고 1년간 있게 되면 그곳 면허증을 따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였습니다.

우선, 필기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주행 시험을 치릅니다. 주행 시험은 자기가 차를 가져가서 심사관을 태우고 하게 되며 좌우 차선 변경을 할 때 약간의 over-action 어깨를 돌리고 뒤를 돌아보아 사각지대에 차가 안 오는지 등

을 해야 하며 STOP 싸인을 잘 지키는 지 등을 봅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를 옮기게 되면 다시 면허증을 받을 때 필기시험을 다시 본다는 것인데요, 이는 주마다 교통법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여기 캘리포니아에 와서 필기시험을 다시 보고 (주행 시험은 옛날 미시간 면허증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