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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습관의 중요성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5-06-01 00:00
조회수
709

다음은 전자신문 2005-05-18 자 오피니언 기사입니다.

꼭 끝까지 다 읽어보고 맨 아래 제가 쓴 얘기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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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505170081&title=오피니언

 

[열린마당]기록 습관의 중요성

 

일본 유학 시절, 도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컴퓨터 그래픽스 과목 시간강사를 3년간 한 적이 있다. 그때 부과한 리포트가 아날로그 시계 프로그램이었다. 일본 학생들이 만들어온 그래픽 시계는 정교하고 표현과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귀국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시 같은 리포트를 내주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제출하는 시계 리포트는 그래픽의 정교함이나 디자인은 일본 학생들에 비해 떨어져, 제일 정교하게 보이는 것이 일본 학생들의 중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단 시계의 기능은 일본 학생들보다 더 다양했다.

 

즉 일본 학생들은 아날로그 시계를 만들라는 과제에 충실하게 아날로그 시계만을 구현해 그래픽이 정교한 시계를 만들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과제에서 언급한 적이 없는 여러 기능(스톱워치·캘린더 기능 등)을 부가해서 제출한다. 프로그램 제작 시간은 양국이 같았다.

 

동일인이 가르치고 같은 수준으로 같은 과목의 수업을 하는데, 양국 학생들의 프로그램 제작 양상이 달리 나오는 것이 흥미롭게 여겨졌다. 생각해 보면 일본 학생들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키고 표현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붙이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붙이고 그래픽의 정교함은 대충 넘어가는 그런 식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보다 그러한 특징이 어떤 유형의 제품에서 유리하게 나타날지가 중요한 것 같다.

 

양국 학생들의 특징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때 동료 일본 학생들의 연구 태도를 살펴보았다. 일본 학생들은 실험이나 프로그램 진행중 수시로 일지를 들고 다니며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고 느낀 점과 문제점 등을 꼼꼼하게 적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속한 연구실은 한국 유학생이 당시 3명 있었으나 그 누구도 실험노트나 일지를 가지고 다니며 적지 않았다. 흔히 그러하듯이 모든 걸 직접 프로그램에 반영해서 짜고 간혹 성공된 사항만 메모해두는 식이었다. 결국 한국 유학생은 떠나면 기록이 남지 않았다. 연구실 후임 학생이 물려받는 것은 오직 한국 학생이 발표한 논문과 구두로 전해들은 지식이 전부였다. 일본 학생들의 경우는 후임 학생들에게 논문과 함께 자신의 노트를 넘겨주었다.

 

한국 학생의 후임은 같은 실험 과정에서 같은 실패를 치러가며 연구과정을 밟아가게 되나 일본 학생의 후임은 실험에서 생길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시작한다. 실패의 기록을 포함한 모든 것이 일지나 노트에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회사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술 사원의 이직이 회사의 제품 개발에 영향을 줄 때가 많다. 아무리 인수인계를 외쳐도 대부분의 실패 과정이 해당 직원의 머릿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 직원이 나가게 되면 그 자리를 메우느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일본과 독일은 매뉴얼의 문화라고 불릴 정도로 실험과 프로그램의 과정을 철저히 기록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그리하여 그 기록은 계속 승계되고 첨가되어 결국 양질의 매뉴얼이 탄생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철저히 머릿속에 넣어둔다. 필자도 학생들에게 매년 기록의 중요성을 외쳐보지만, 기록을 한다 해도 나중에 보면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앞서 졸업생들이 한 시행착오를 후임 학생들이 매년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프로그래머는 특히 기록을 등한시한다. 소프트웨어 제작시 기록 방식, 기록해야 하는 내용, 기록 수단 등을 잘 정해서 상호 체크가 가능하도록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의 중요성은 문화나 국민성만으로 얼버무릴 사항이 아니라 기술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열쇠인 것이다.

 

조창석 한신대학교 정보통신학 교수 cscho@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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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구절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는군요.

 

내가 속한 연구실은 한국 유학생이 당시 3명 있었으나 그 누구도 실험노트나 일지를 가지고 다니며 적지 않았다. 흔히 그러하듯이 모든 걸 직접 프로그램에 반영해서 짜고 간혹 성공된 사항만 메모해두는 식이었다. 결국 한국 유학생은 떠나면 기록이 남지 않았다. 연구실 후임 학생이 물려받는 것은 오직 한국 학생이 발표한 논문과 구두로 전해들은 지식이 전부였다. 일본 학생들의 경우는 후임 학생들에게 논문과 함께 자신의 노트를 넘겨주었다.”

 

여러분들도 매우 잘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연구 노트를 후임 학생에게 넘겨준다는 각오로

잘 기록해 나가고 나중에 실제로도 넘겨주기(사본으로라도) 바랍니다.

졸업생들의 연구 노트가 졸업할 때 마다 계속해서 랩에 쌓여나갔으면 합니다.

 

언젠가 제가 여러분께 얘기했던 것 같은데 졸업/진학시에는 우리 연구실

좌우명 (지식 창조, 축적, 바른 사용, 주인의식) 하나하나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실천했는지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글은 그 중 지식 축적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윤준보.